린위탕(林語堂) 의 생활의 발견에는 우리 몸의 관능적 유쾌한 한때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수호전으로 널리 알려진 김성탄(금성탄)의 서상기 중 불역쾌재(不亦快哉) 33칙을 소개한다.

우리 몸의 관능을 만족시키는 33가지의 경우인데 몇백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단다.

원문과 함께 번역을 실어 본다. 번역은 강송구.

其一:夏七月,赫日停天,亦無風,亦無云;前後庭赫然如洪爐,無一鳥敢來飛。汗出遍身,縱橫成渠。置飯于前,不可得吃。

呼簟欲臥地上,則地濕如膏,蒼蠅又來緣頸附鼻,驅之不去,正莫可如何,忽然大黑車軸,疾澍澎湃之聲,如數百萬金鼓,

檐溜浩于瀑布,身汗頓收,地燥如掃,蒼蠅盡去,飯便得吃。不亦快哉!

 

其一: 때는 6월의 어느 더운 날, 태양은아직도 중천에 걸려 있고, 산들바람 한 점 없이 하늘에는 조각구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앞뜰도 후원도 마치 가마 속같이 찐다. 하늘을 나는 새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땀은 온몸을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해도 무더위에 숟가락을 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돗자리를 한 장 가져오게 해서 땅바닥 위에 깔고 그 위에 벌렁 누워본다. 그러나 돗자리는 축축하고 파리 떼가 얼굴 근처를 날아다니며 아무리 쫓아도 영 달아나지를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나는 완전히 맥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갑자기 우레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검은 구름이 첩첩이
하늘을 덮고, 싸움터로 향하는 대군처럼 당당한 기세로 몰려온다. 이윽고 처마에서 비가 폭포처럼 퍼붓기 시작한다. 그러면 땀은 걷히고 돗자리가 축축하던 것도 사라지고 파리 떼들도 어디론지 숨어버려 겨우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十年別友,抵暮忽至。開門一揖畢,不及問其船來陸來,並不及命其坐床坐榻,便自疾趨入內,卑辭叩內子:
“君豈有斗酒如東坡婦乎?” 內子欣然拔金簪相付。計之可作三日供也,不亦快哉!
其一: 십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한 친구가 해질 무렵에 갑자기 찾아온다. 문을 열고 그를 맞이한다. 배편으로 왔는지 육로로 왔는지는 묻지도 않고, 침대나 걸상에 앉아 잠시 쉬라는 말조차 하지 않은 채 곧장 내실로 들어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여보, 당신도 소동파의 부인처럼 푸지게 술 좀 사다 주지 않으려오?” 그러면 아내는 기꺼이 금비녀를 뽑아 들며 “이것을 팔도록 하지요.” 하고 말한다. 우선 사흘 동안은 실컷 마실 수 있을 듯싶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空齋獨坐,正思夜來床頭鼠耗可惱,不知其戞戞者是損我何器,嗤嗤者是裂我何書。
心中回惑,其理莫錯,忽見一狻貓,注目搖尾,以有所睹。斂聲屛息,少復待之,則疾趨如風。
其一: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안에 멍하니 나는 혼자 앉아 있다. 그러자 베갯머리로 쥐가 다가와 점점 성가시게 군다. 도대체 살금살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쏠고 있는 것일까, 내 어느 책을 쏠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무서운 얼굴을 한 고양이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 듯이 꼬리를 움직이며 눈을 부릅뜨고 다가온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꼼짝하지 않고 잠시 기다린다. 그러자 쥐는 순식간에 바삭 하는 소리를 남겨놓은 채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于書齋前,拔去垂絲海堂紫荊等樹,多種芭蕉一二十本。不亦快哉!
其一: 서재 앞에 있는 해당화와 자형(紫荊, 박태기나무)을 뽑아버리고 열 그루인가 스무 그루의 싱싱한 파초나무를 심는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다.

其一:春夜與諸豪士快飮,至半醉,住本難住,進則難進。

旁一解意童子,忽送大紙炮可十余枚,便自起身出席,取火放之。

硫磺之香,自鼻入腦,通身怡然,不亦快哉!

其一: 봄날 저녁 낭만적인 몇 명의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어 상당히 취기가 돌았다. 술잔을 놓기도 싫고 그렇다고 더 마시는 일도 괴로운 일이다. 그러자 내 기분을 알아차린 곁의 동자가 열두서너 개의 커다란 폭죽을 넣은 광주리를 냉큼 갖다 준다. 나는 술상에서 떠나 마당으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를 자극하여 온몸이 매우 기분이 좋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街行見兩措大執爭一理,皆目裂頸赤,如不戴天,而又高拱手,低曲腰,滿口仍用者也之乎等字。其語刺刺,勢將連年不休。忽有壯夫掉臂行來,振威從中一喝而解。不變快哉!

其一: 거리를 걷고 있는데 깡패 둘이서 무엇 때문인지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다. 얼굴을 충혈이 되고, 눈은 분노에 타고 있어서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와 같은 형상이다. 그러나 서로 예의를 지킨답시고 팔을 올리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절을 하면서 댁은 말이죠 라든가, 댁에서 말이죠 어떻게 된 셈입니까 라든가, 그렇잖습니까 등등의 매우 점잖은 말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자 느닷없이 하늘을 찌를 듯한 험상궂은 사나이가 팔을 휘두르면서 나타나더니 어서 썩 꺼지지 못할까! 하고 외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子弟背誦書爛熟,如甁中瀉水。不亦快哉!

其一: 물항아리에서 물이 흘러나오듯 우리 집 애들이 옛글을 줄줄 따로 외고 있는 모습에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飯後無事,入市閒行,見有小物,戲復買之,買亦已成矣,所差者至甚少,而市兒苦爭,必不相饒。
便掏袖下一件,其輕重與前値相上下者,擲而與之。市兒忽改笑容,拱手連稱不敢。不亦快哉!

其一: 식사를 끝낸 뒤 심심풀이 삼아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아가 보니 조그만 물건이 갖고 싶어진다. 잠시 동안 흥정을 하며 웬만하면 조금만 더 깎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가게 점원 아이가 아직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값을 깎는 정도의 값이 나가는 간단한 ㅁ루건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점원 아이에게 준다. 그러자, 점원 아이는 곧 빙그레 웃더니 정중하게 머리를 주아리며 말한다. ꡒ나으리께서는 아주 마음이 너그러우십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알이 아니겠는가.

其一:飯後無事,翻倒敝篋,則見新舊逋欠文契不下數十百通,其人或存或亡,總之無還之理。

背人取火拉雜燒淨,仰看高天,蕭然無云。不亦快哉!

其一: 식사를 끝낸 뒤에 심심풀이로 헌 가방을 열어 가지고 그 속에 든 물건을 뒤적거린다. 그러자 우리 집에서 돈을 꾸어준 사람들이 쓴 수십 장, 수백 장의 차용증서 뭉텅이가 나왔다. 빚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미 고인(故人)이 된 사람도 있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도저히 돈을 받아낼 가망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나는 몰래 그것들을 둘둘 말아 불에 태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기가 깨끗이 사라져가는 것을 바라다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夏月科頭亦足,自持涼傘遮日,看壯夫唱吳歌,踏桔槹,水一時涌而上,譬如翻銀滾雪。不亦快哉!

其一: 어느 여름날, 맨머리 바깥으로 나가니 젊은이들이 수차(水車)를 밟으며 소주의 민요를 부르고 있기에 양산을 받고 서서 정신없이 귀를 기울인다. 밭의 물은 녹은 백은(白銀)이나 녹은 백설처럼 흰 거품을 내면서 수차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朝眠初覺,似聞家人嘆息之聲,言某人夜來已死,急呼而訊之,正是一城中第一絶有心計人。不亦快哉!

其一: 아침에 일어나니, 간밤에 동네 누가 죽었다고 집안 식구들이 수군거리는 모양이다. 나는 곧 누가 죽었느냐고 집사람에게 묻는다. 이어 그가 동네에서 말 못 하게 타산적인 좀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夏月早起,看人于松棚下,鋸大竹作筒用。不亦快哉!

其一: 여름날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니, 물받이 홈통으로 쓰려고 사람들이 소나무 선반 아래에서 커다란 대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重陰圍月,如醉如病。朝眠不起,忽聞眾鳥畢作弄晴之聲,急引手褰帷,推窗視之,日光晶熒,林木如洗。不亦快哉!

其一: 한 달 동안이나 꼬박 장마가 들어서 주정뱅이나 환자 모양으로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를 않고 자리에 누워 있곤 했다.그러자 갑자기 날이 활짝 개었음을 알리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서 침실의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여니, 아름다운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고, 나무들은 마치 목욕을 하고 난 것처럼 싱싱하기 이를 데 없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夜來似聞某人素心,明日試往看之。

入其門,窺直閨,見所謂某人,方鋸案面南看一文書,顧客入來,默然一揖,便拉袖命坐曰:

“君旣來,可亦試看此書。”相與歡笑。日影盡去,旣已自飢,徐問客曰:“君也飢耶?”不亦快哉!

其一: 밤에 누군가 멀리서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날 나는 그 사람을 찾아간다. 그 집에 들어가 거실을 둘러보니, 그는 남쪽을 향해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인가 기록을 읽고 있다. 내 모습을 보자, 적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소매를 잡아 앉히더니, ꡒ마침 잘 왔?. 이것 좀 읽어보게나.ꡓ 하고 말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서로 웃음을 나누고 담 위에 햇살이 사라질 때까지 즐거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윽고 친구는 시장기를 느낀 듯 나에게 조용히 말한다. 자네도 배가 고픈가.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本不欲造屋。偶得閒錢,試造一屋,自此日爲始,需木,需石,需瓦,需磚,需灰,需釘,無 晨無夕,不來聒于兩耳。

乃至羅雀掘鼠,無非爲屋校計,而又都不得屋住。旣已安之如命矣。忽見一日屋竟落成,刷牆掃地;糊窗掛面。

一切匠作出門畢去,同人乃來分榻列坐。不亦快哉!

其一: 자기 집을 지으려고 별로 벼르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뜻밖에 약간의 돈이 들어왔기에 어디 집을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 뒤로는 자나 깨나 재목을 사 달라느니, 기와와 벽돌과 회를 사 달라느니, 못을 사 달라느니 성화 같은 재촉을 받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파는 거리는 샅샅이 빠뜨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모두가 역사(役事)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새로 짓고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침내는 모두 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느 날 겨우 집이 완성된다. 벽에는 흰 회칠을 하고, 마루는 깨끗하게 청소가 되었고, 문이나 창에는 종이를 바르고, 벽에는 서화를 걸고, 일꾼들은 모두 가버리고, 친구들이 찾아와서 단정히 여기저기 놓여 있는 걸상에 걸터앉는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冬夜飮酒,轉復寒甚,推窗試看,雪大如手,已積三四寸矣。不亦快哉!

其一: 겨울 밤에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에 방 안이 몹시 추워진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땅 위에는 벌써 서너더덧 치나 눈이 쌓여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其一:夏日于朱紅盤中,自拔快刀,切綠沉西瓜。不亦快哉!
其一: 여름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다가 새파란 수박을 올려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久欲爲比丘,若不得公然吃肉。若許爲比丘,又得公然吃肉。則夏月以熱湯快刀,淨割頭發。不亦快哉!

其一: 나는 오래 전부터 승려 되기가 소원이었다. 그러나 육식을 못한다기에 망설이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승려가 되어도 터놓고 육식을 해도 좋게 되었다고 하자. 자, 그렇게 되면 대야에다가 하나 가득 물을 데워 가지고 잘 드는 면도칼로 여름철이 지나기 전에 깨끗이 삭발을 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存得三四癩瘡于私處,時呼熱湯關門澡之。不亦快哉!

其一: 음부에 조그마한 습진이 몇 개 생겼으므로 문을 꼭 닫고는 가끔 더운 김을 쐬거나 더운 물에 담그거나 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篋中無意忽檢得故人手蹟。不亦快哉!

其一: 우연히 가방 속에서 옛 친구가 보낸 자필의 편지를 발견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寒士來借銀,謂不可啓齒,于是唯唯,亦說他事。

我窺見其苦意,拉向無人處,問所需多少,急趨入內,如數給與,然而問其必當速歸料理是事 耶?

或尙得少留共飮酒耶?不亦快哉!

其一: 어느 가난한 선비가 나에게 돈을 꾸러 온다. 그러나 돈을 빌려 달라는 말은 쉽게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 한다. 아주 괴로우리라 생각하고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돈을 내주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ꡒ이 길로 가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좀더 있으면서 술이나 한 잔 들고 가는 게 어떻겠소?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坐小船,遇利風,苦不得張帆,一快其心。忽遇舸疾行如風,試伸挽之,聊復挽之,不意挽之便著。

因取纜,纜向其尾,口中高吟老杜“靑惜峰巒過,黃知桔柚來”之句,極大笑樂。不亦快哉!

其一:지금 나는 조그만 배에 몸을 싣고 있다. 미풍이 기분 좋게 불어오나 돛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지 큰 배 한 척이 나타나 바람처럼 빨라 다가온다. 나는 그 배로 가까이 가서 갈고리 쇠를 걸려고 한즉 뜻밖에 잘 걸린다. 그래서 그 배에도 줄을 걸고 끌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두보의 시를 읊조린다. ꡒ청석봉만 황지금유유(靑惜峰巒 黃知檎柚乳).ꡓ 그리고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久欲覓別居與友人共住,而苦無善地。

忽一人傳來云有屋不多,可十余間,而門臨大河,嘉樹蔥然。便與此人共吃飯畢,試走看之,都未知屋如何。

入門先見空地一片,大可六七畝許,異日瓜菜不足復慮。不亦快哉!

其一: 한 친구와 함께 살 집을 보러 다녔지만 마땅한 집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찾아와서 적당한 집이 있다고 일러준다. 그다지 크지 않은 집으로 열두어 개의 방이 있고, 강에 면하여 있고, 아름다운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소식을 전해준 사람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어떻게 생긴 집인가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어슬렁어슬렁 집 구경을 간?.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커다란 빈터가 있고 곡물 창고가 예닐곱 개나 서 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제부터는 야채나 참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久客得歸,望見家門,兩岸童婦,皆作故鄕之聲。不亦快哉!

其一: 길을 떠났던 나그네가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리운 성문이 보이고, 강 양쪽 기슭에서는 아낙네들과 애들이 고향의 사투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佳磁旣損,必無完理。反復多看,徒亂人意。因宣付廚人作雜器充用,永不更令到眼。不亦快哉!

其一: 오래된 사기 그릇이 깨지면 아무리 애써 보았자 먼저대로 되지 않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깨진 그릇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들여다보면 볼수록 화만 더 난다. 그럴 때에는 그 깨진 그릇을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내주며 다른 낡은 그릇과 같이 쓰라고 하면서, 한번 깨진 그 그릇을 또다시 내 눈앞에 띄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한?.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身非聖人,安能無過,夜來不覺私作一事,早起怦怦,實不自安。

忽然想到佛家有布薩之法,不自覆藏,便成懺悔。因明對生熟眾客,快然自陳其失。不亦快哉!

其一:나는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불선(不善)으로 향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밤중에 그 어떤 불선으로 향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 때문에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불선을 감추지 않는 것은 참회함과 같다고 한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옛날 친구이거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향했던 불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看人作擘窠大書,不亦快哉!
其一: 아래위 한 자나 됨직한 커다란 글씨를 누군지 쓰고 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推紙窗放蜂出去,不亦快哉!

其一: 창문을 열어젖히고 방에서 말벌을 내쫓는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做縣官,每日打鼓退堂時,不亦快哉!(呵呵~的確很爽)

其一: 태수가 북을 치게 하여 퇴영시(退營時)임을 알린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看人風箏斷,不亦快哉!(幸栽樂禍?)

其一: 누군가가 날리고 있던 연줄이 끊어져서 연이 날아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看野燒,不亦快哉!(看熱鬧心理)

其一: 벌판에 불이 붙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還債畢,不亦快哉!

其一: 빚진 돈을 모두 갚아버린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其一:讀《虯髥客傳》,不亦快哉!

其一: 규염객전(虯髥客傳 – 규염객이라는 사람의 영웅담.)을 읽는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

 

그리고 2013년 10월 19일에 살아 있는 나는 추가 하자면… 마른 솔잎에 홍합을 굽는다. 연기가 오르며 홍합의 바다 냄새가 오른다. 아아..유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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