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때 니나노 하는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려울때도 이상을 지키려 하는것은 지난한일.
사사명의 난을 피해 온 두보는 참으로 비참한 상황이었다.
손이 얼고 배가 고픈 상황에서 정형화된 한시로 절제된 표현을 한것은
이상을 말하지 않아도 그 형식 만으로도 유교적 이상이다.
이 시를 지을때의 두보의 나이는 48세.
그의 비참함을 절제되게 표현한 동곡현에서 지은 시 7수를 보자.
1 수
먹을게 없어서 원숭이가 먹는 도토리를 캐야 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
더구나 추워서 손발이 얼어 터질 지경.
춥고 배고픔의 전형을 보여주는 시.
나그네, 나그네, 이름은 자미여
흰 머리 헝클어져 귀를 덮누나.
해마다 도토리 줍느라 원숭이를 따른다니
운 날 저물도록 산골 속에서.
중원에선 소식 없어 돌아가지 못하고
손발 얼어 터져 살가죽이 죽었네.
아아, 첫 번째 노래여, 노래 너무 애처롭구나
슬픈 바람은 날 위해 하늘에서 불어오네.
제2수
굶주린 두보가 긴 삽을 친구삼아 먹을걸 캐로 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온다.
외지에서 온 중년의 사내가 먹을거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도 측은해 한다.
그나마 옷도 여름옷 칠부 바지라, 끌어 당겨도 추위를 막지 못하는 형편.
긴 삽아, 긴 삽아, 흰 나무 자루여
나의 삶은 그대를 의지해 목숨 부지하노라.
황정은 싹이 없고 산에 눈은 쌓였는데
짧은 옷을 자주 당겨 보지만 정강이를 가리지 못하네.
이때 너와 함께 빈손으로 돌아오니
처자식은 신음하고 방안 네 벽은 고요하네.
아아, 둘째 노래여, 노랫소리 크게 내니
마을 사람들도 날 위해 슬퍼하도다.
제3수
형제 또한 멀리 떨어진 의지 할 곳 없는 자신의 처지를 시로 표현했다.
아우야, 아우야, 먼 땅에 있으니
너희 셋 각각 여위어 있으리니 누가 건강하겠나.
생이별에 전전반측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니
오랑캐 일으키는 먼지가 하늘을 덮고 길이 너무 멀구나.
동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야 뒤따르는 무수리야
나를 보내 너희들 곁에 둘 수 없느냐.
아아, 세 번째 노래여, 세 번째로 부르노라
너희가 귀향한 뒤 어디서 이 형의 백골을 수습할 거냐.
제4수
두보는 홀로 남편 없이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사는 여동생과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도와 줘야 하지만, 그 조차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누이여, 누이여, 종리 고을에 있나니
남편 일찍 죽고 자식들은 모두 어리네.
회수(淮水)의 파도 드높고 교룡은 성내니
못 본 지 십 년이건만 어느 때나 돌아오랴.
편주 타고 가자니 시야 가득 화살 날고
아득한 남국까지 전투 깃발 가득하다.
아아, 네 번째 노래여, 네 번째로 연주하노라.
죽림의 원숭이는 날 위해 맑은 대낮에 우네.
제5수
제 5수에서 두보는 자신의 환경인 궁핍한 골짜기를 시로 쓴다.
불안함과 두려운 환경이 느껴 진다.
사방 산에 바람 많고 시냇물 급한데
차가운 비 후드득후드득 고목을 적신다.
쑥대 뒤덮은 옛 성은 구름에 잠겼고,
흰여우 뛰놀고 누런 여우 서 있도다.
내 삶이 어쩌다가 깊은 골짝에 있는가
한밤에 일어나 앉으니 만감이 모여든다.
아아, 다섯째 노래에 노래가 정말 길도다
넋은 불러도 오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가네.
제6수
사사명의 난 속에 내전에 휩싸인 중국의 현실속에서 조정에 충성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이, 유교적 도리를 못하는 것에 대한 비애가 보인다.
남쪽에 용이 있어 산 못이 사네
늙은 나무 치솟아 가지 서로 뒤얽힌 곳.
나뭇잎 누렇게 떨어지고 용은 칩거 중인데
모진 뱀이 동쪽에서 와서 물 위에 노닐기에
내 지나다 어찌 감히 나왔느냐 괴상히 여겨
칼 뽑아 베려다 그만 다시 멈추었네.
아아, 여섯째 노래여 노래하는 심사 맥없기만 한데
계곡은 날 위해 봄 모습을 회복하는 듯.
제7수
7수에서는 두보는 남과의 비교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극심한 고통을 표현한다.
사나이로 이름 없이 몸만 늙으니
삼 년이나 굶주리며 헤맨 험한 산길
장안의 재상들은 대부분이 젊은이들
부귀는 젊었을 때 잡아야 할 것인가
산에 사는 선비는 일찍이 알고 있어
다만 지난 얘기에도 마음 상해하네
아 일곱 번째 곡조로 노래 마치니
하늘을 우러러 보매 해가 빠르게 기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