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NVIDIA 시대의 종말: DeepSeek과 IT 패러다임 전환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시된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는 현재의 IT 기술 변화와 NVIDIA 시대의 종말을 설명할 수 있다. 쿤에 따르면 과학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 상태에서 축적되다가, 기존 패러다임이 한계를 드러내면 **위기(crisis)**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일어난다.

1. DeepSeek과 같은 저비용 언어 모델: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기존의 AI 모델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고성능 GPU 인프라를 필요로 했다. NVIDIA의 A100, H100 같은 초고가 GPU가 AI 학습을 지배하며, OpenAI, Google, Meta 같은 대기업만이 대형 언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DeepSeek R1 모델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DeepSeek은 GPU 없이도 고성능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는 OpenAI와 NVIDIA가 독점하던 AI 시장 질서를 깨뜨릴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 변화는 쿤의 관점에서 보면, NVIDIA GPU 중심의 기존 정상과학 패러다임이 붕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존 패러다임(대기업 + 비싼 GPU)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점점 비효율적이 되고, 더 효율적인 새로운 접근법(저비용 AI)이 이를 대체하려 하는 것이다.

2. 과거 닷컴 버블과 메인프레임 시대: 권력과 과시로 유지된 패러다임

쿤의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기존 패러다임은 단순한 기술적 우월성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절, 기업들은 SUN Microsystems의 Unix 서버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 실제로는 x86 기반 리눅스 서버가 더 저렴하고 확장성이 뛰어났지만, 당시 기업들은 메인프레임이나 고가의 Unix 서버를 유지하며 과시적인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 하지만 Amazon, Google 같은 회사들이 리눅스와 분산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IT 기업들을 압도하면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즉, 당시의 “정상과학”은 대기업의 고가 장비 기반 IT 운영이었고, 클라우드와 오픈소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3. 최근 20년 IT 기술의 왜곡: 권력과 이익을 위한 패러다임 유지

마찬가지로, 최근 20년간 IT 기술도 과시와 권력에 의해 왜곡된 사례가 많다.

  • AI와 클라우드 독점: NVIDIA, OpenAI, Google 같은 기업들은 AI 훈련을 위해 수천 개의 GPU가 필요하다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경량 모델(DeepSeek, Mistral 등)은 이러한 GPU 의존성을 낮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 Web3, 블록체인 과장: 블록체인이 모든 산업을 혁신할 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투자 열풍만 일으켰다.
  • 애플과 고가 하드웨어: 애플이 맥 프로 같은 고가 장비를 기업과 창작자들에게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M 시리즈 칩을 탑재한 보급형 맥북이 대부분의 작업에 충분했다.

이 모든 사례에서 기존 기술 패러다임은 기술적 필요성보다는 시장과 권력 관계에 의해 유지되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거품이 붕괴하고 있다.

결론: NVIDIA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

DeepSeek 같은 사례는 쿤의 패러다임 전환 개념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 기존 패러다임: 비싼 GPU + 대기업 독점 AI 모델
  • 위기: 비용 문제, 대체 기술의 등장
  • 패러다임 전환: 저비용 AI 모델, CPU/GPU 대체 기술, 오픈소스 AI 확산

과거 IT 역사에서도 SUN, 메인프레임, UNIX 서버가 몰락하고 리눅스와 클라우드가 대세가 된 것처럼, 이제는 NVIDIA와 비싼 GPU가 필수라는 패러다임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현재 AI와 IT의 패러다임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앞으로의 기술 변화는 더 많은 혁신과 기존 권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